<정사(正邪)>
연작이 묻되
“담 안에서 도모(圖謀)하는 일과 담 밖에서 도모하는 일이 무엇이 다릅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군자(君子)는 의리를 중(重)히 여기고, 소인배(小人輩)는 의리를 이간(離間)하여 얻는 득(得)을 귀하게 여기느니라!” 한다.
홍곡이 한참 묵묵(黙黙)한 연후(然後)에 다시 이르되
“남이 하면 정경유착(政經癒着)의 독대(獨對)이고, 내가 하면 보국위민(輔國爲民)의 정경화합(政經和合)이니라!” 한다.
연작이 다시 묻되
“난데 없이 금년이 황금개띠라 하여 사방이 개짓는 소리가 요란하니, 무엇이 노래이고 무엇이 소리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범례(範例)에 따라 절도(節度) 있게 부르는 노래를 악(樂)이라 하고
흥(興)에 따라 부르는 노래를 요(謠)라 하니
국악민요(國樂民謠)요 경악향요(京樂鄕謠)라 하고
고저(高低)를 따라 부르는 노래를 가(歌)라 하고
장단(長短)을 따라 부르는 노래를 창(唱)이라 하니
산 높은 동쪽과 들 넓은 서쪽
산 높은 북녘과 들 넓은 남녘에서 부르는 노래를
동가서창(東歌西唱) 북가남창(北歌南唱)이라 하며
사람이 악요가창(樂謠歌唱)을 알고 부르니 노래라 하고
가락을 모르고 짖어대니 폐성(吠聲)이라 하느니라!” 하니
연작이 언하(言下)에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다시 묻되
“그러면 물주(物主)의 바지도 크게는 주구(走狗)이고, 바지의 앞잡이도 주구인데, 주구들이 부르는 것은 노래입니까? 소리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구자(狗子)를 견공(犬公)이라 한들 폐성(吠聲)은 폐성일 따름이니, 불가론(不可論) 불가쟁(不可爭)이니라!” 한다.
연작이 크게 안도하고 옛일을 돌이켜 묻되
“지난날 동변(東邊)의 대중(大衆)들이 서남(西南)으로 간 까닭이 무엇이오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칠변개(七變改)의 공용(功用)이면 귀신도 모르는 체 하는 것이, 강상(綱常)의 묘리(妙理)이니라!” 한다.
연작이 다시 묻되
“위대한 성전(聖戰)의 공적(功績)이 어디에 미쳤나이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달구(達丘)의 노야(老爺)들은 200채, 300채 고루거각(高樓巨閣)을 산전(䔉田)에 묻고, 객로(客路)를 오가며 더러는 이정표(里程標)를 부여잡고 서서 가고, 더러는 객창(客窓)에 기대어 앉아서 가니, 이를 일러 좌탈입망(座脫立亡)이라 하느니라!” 한다.
연작이 또다시 묻되
“병기고(兵器庫)에서 나온 녹슨 칼과 부러진 창이, 번쩍이는 청룡도(靑龍刀)와 서릿발 같은 예모(銳矛)로 바뀌는 것은, 재주입니까? 조화(造化)입니까? 신통(神通)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하늘에서 내려온 천군(天軍)이 학당(學堂)의 뜰에 군막(軍幕)을 치고 밤일을 도모(圖謀)하니, 사방의 민(民)이 두려워하고 공경(恭敬)하여 공물(供物)을 바치느니라!” 한다.
자!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모두가 분발하여 참구해 보라!!
<작성 - 2018년 1월 8일(음력 11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