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지도 유세태마(狗子知道 流世態嗎!?)>
연작이 와서 묻되
“사람은 자리에 따라 병에 따라 수단(手段)과 방편(方便)을 달리한다 하였는데, 그러면 개에게도 계교(計巧)와 염량(炎凉)이 있습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주구(走狗)의 으뜸은 세태(世態)의 흐름을 아는 것이니, 구자(狗子)가 머리를 쳐들고 꼬리를 치켜세우고서 흔들기도 하고, 머리는 쳐들고 꼬리는 뒷다리 사이로 감추고서 끙끙거리기도 하고, 머리도 숙이고 꼬리도 감추고서 숨을 죽이기도 하는 것은 시절(時節)을 아는 것이요, 달을 쳐다보고 짓기고 하고 바람소리에 짓기도 하고, 물끄러미 쳐다보고서도 짓지 않기도 하는 것은 시류(時流)를 따름이니라!” 한다.
연작이 다시 묻되
“근자(近者)에 크게 세상을 소란스럽게 하는 가상화폐(假想貨幣)라는 것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입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고, 억조(億朝)의 제왕(帝王)은 아리수물을 팔아 내탕고(內帑庫)를 채웠느니라!” 한다.
연작이 또다시 묻되
“북도(北道)의 놀음놀이와 남도(南道)의 놀음놀이는 어떠한 차이가 있나이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사람이 예도(藝道)를 알아 스스로 기예(技藝)의 술(術)을 펼쳐 흥취(興趣)를 삼기도 하고, 원숭이가 재주를 부리는 것을 보고 흥취로 삼기도 하느니라!” 한다.
연작이 또다시 옛일을 거론하여 묻되
“지난날 아리수(阿利水)의 수양(垂楊)버들이 향항(香港)에 가지를 심은 뜻이 무엇이오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후박(厚朴)나무의 가지에서 버들잎이 돋으니 동풍이 일고, 달빛이 천하를 비춘 지가 반백년(半百年)이 지났느니라!” 한다.
연작이 다시 묻되
“후박나무가지에 달이 걸려 문채(文彩)가 빛나고, 운치(韻致)가 자못 수승(殊勝)하니, 춘추제후(春秋諸侯)가 시기(猜忌)하여 몰래 달그림자를 훔치려 하였다는데, 결말이 어떠하였습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월영노인(月影老人)이 은혜를 갚으려고 역자(逆者)를 참(斬)하였느니라!” 한다.
지난날 승(僧)이 와서 물으니
“한 땅에 살아도 국토가 다른 까닭이 무엇이오니까?” 하니
노사(老師)께서 답하되
“비록 흰 구름 자재(自在)하다 하나, 곳곳에 봄바람 이는 것만 하리요!” 하였다 한다.
이를 돌이켜 흉내 내어 연작이 와서 묻되
“한 땅에 살아도 국토가 다른 까닭이 무엇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바라고 원하고 구하고 좇는 것이 다르니, 보고 듣고 얻고 취하는 바가 그러하니라!” 한다.
자!
깨어있는 눈앞이 아니고서야 무엇으로 장담하리요!
선자는 쉬지 말고 누운 자는 잠들지 말기를.
<작성 - 2018년 1월 15일(음력 1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