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2일 월요일

화두공안(話頭公案) - 제5관


<천노준형 비조즉석(天怒峻刑 非朝卽夕)>

연작이 묻되
“이 땅이 무궁화(無窮花)의 땅이라 하는데, 근화(槿花)는 어느 때에 피는 꽃입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삼천리금수강산(三千里錦繡江山) 방방곡곡(坊坊曲曲)에 사시사철 근화가 만개(滿開)하는 무궁화의 땅이건만, 눈멀고 귀먹은 채 물속에 앉았으니, 만화농춘(萬花弄春) 양춘가절(陽春佳節)인들 어찌 알며, 천노준형(天怒峻刑)이 비조즉석(非朝卽夕)이나, 그 누가 시절의 화급(火急)함을 알겠는가!?” 한다.
홍곡이 한참 묵묵한 연후에 다시 이르되
“지음(知音)은 먼 곳에 있어 소식이 없으니 적막강산(寂寞江山)인데, 눈앞의 외롭고 의연(毅然)한 옥중화(獄中花)가 만세(萬歲)를 이어갈 이 땅의 근화이니라!” 한다.

연작이 옛일을 거론하여 묻되
“사악(邪惡)한 악도(惡徒)들과 역천(逆天)의 흉도(凶盜)들이 감히 민주를 운운(云云)하는데, 이 땅에 민주의 싹이 어디에서 텃나이까?”하고 물으니
홍곡이 답하되
“군주(君主)의 어진 마음이 천전(天田)에 씨를 뿌리니 우담바라는 삼천년 만에 꽃을 피운다. 시절 따라 썩은 씨앗은 문회(門會)에서 쫓겨나면 국회(國會)로 가고, 서기울울(瑞氣鬱鬱) 서울(瑞鬱) 땅에는 역자(逆者)가 용상(龍床)의 뒷배가 되기도 하느니라!” 한다.

연작이 연이어 묻되
“억지로 국빈(國賓)이라는 이름으로 가서 깨지고 얻어터져도 무치(無恥)를 덕목(德目)으로 삼던 이가, 갑자기 짐짓 크게 분노한다는 뜻은 무엇이오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벼룩도 낯짝이 있고, 본시 구들장군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부라리느니라!” 한다.
연작이 재차(再次) 묻되
“한갓 원숭이 놀음놀이패를 데리고, 아침에는 온다 하고 한밤중에는 오지 않겠다 하다가, 그 다음날에는 또다시 온다 하고, 오기도 전에 벌써 미친년 널뛰기놀이를 하니, 한편에서는 그것을 두고 애걸복걸(哀乞伏乞)을 하는 모양이 또한 가관(可觀)이니, 이것은 무슨 연유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남북의 바지가 바지는 바지로되 각자의 맡은 바 역할이 있고, 바지들도 저희들끼리는 급수가 있느니라!” 한다.

연작이 또다시 묻되
“군사(軍師)는 제단(祭壇)을 차려놓고서 동남풍(東南風)을 부르고, 오랑캐는 북서풍(北西風)을 등에 업고 깃발을 흔드니, 이것이 무슨 조짐(兆朕)입니까?” 하니
홍곡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가만히 이르되
“가락을 모르니 엄동(嚴冬)에 격양가(擊壤歌)요, 장단을 모르니 격파(激波)에 청산가(靑山歌)이니, 곡조를 알리가 없는 농자(聾者)의 춤사위를 어찌 시비하리요!?” 한다.

연작이 또다시 묻되
“사람도 아닌 날짐승이 시도 때도 없이 독한 감모(感冒)에 걸리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모임에는 종친회(宗親會)도 있고, 동창회(同窓會)도 있고, 전우회(戰友會)도 있고, 농민회(農民會)도 있느니라! 전답(田畓)에 때맞추어 시비(施肥)를 못하면 농사를 망치고, 여물을 구하지 못하면 축사(畜舍)에 찬바람이 이는 법이니, 씨앗은 유리병 속에 있고, 악당은 도처(到處)에 있느니라!” 한다.

연작이 또다시 옛일을 거론하며 탄식하여 묻되
“무엇이 천의준명(天意峻命)입니까?” 하니
홍곡이 한참이나 망연묵묵(茫然黙黙)하다가 이르되
“망운지회(望雲之懷)에 산하대지(山河大地)는 시름하는데, 사악한 역천(逆天)의 무리가 어찌 은혜(恩惠)를 알며, 오랑캐가 어찌 배은망덕(背恩忘德)의 뜻을 알겠는가!?” 한다.

자!
눈앞에는 감춤이 없어 비밀이 없으니, 망연부지(茫然不知) 망연자실(茫然自失)하여 방일(放逸)하지 말고, 당금당처(當今當處) 비량목전(鼻粱目前)을 놓치지 말고 궁구하고 궁구해 보라!

<작성 - 2018년 1월 22일(음력 1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