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同床異夢)>
연작이 묻되
“엄동설한(嚴冬雪寒)에 만고상절(萬古常節)의 옥중화(獄中花)는 외로이 피었는데, 주인도 없이 객들이 모여 남의 잔치를 여는 뜻이 어디에 있나이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잔칫상과 제사상(祭祀床)에는 문어(文魚)가 오르기도 하고, 홍어(洪魚)가 오르기도 하나, 빈객(賓客)들이 저마다 동상이몽이니, 자고(自古)로 큰 잔치 끝에는 시비(是非)가 뒤따르고, 더러는 주먹다짐도 오고 가느니라! 나라의 일대경사를 축하하기 위하여 준비한 잔치가, 사악(邪惡)한 자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방패막이가 되었고, 하물며 주인 없는 잔치에 명분(名分)없는 연회(宴會)이니, 걸객취한(乞客醉漢)에 난장판이 아니면, 오히려 다행이 아니겠느냐!?” 한다.
그리고 홍곡이 통분(痛憤)한 듯 앙천대소(仰天大笑)한 연후에 다시 이르되
“겨울이 추울수록 매향(梅香)이 뛰어나고, 시절고초(時節苦楚)가 매울수록 옥중화의 고절기상(高節氣像)이 더욱 빛이 나느니라!” 한다.
연작이 다시 묻되
“길동이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대감이라 부르다가, 한사(恨事)를 남기고 바닷길을 떠난 지가 아득한 성상(星霜)인데, 어찌하여 아직도 폭동을 폭동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고,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며, 주구(走狗)를 주구라 부르는 것을 시비하고, 바지를 바지라 부르는 것을 책망(責望)하나이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비록 광음(光陰)이 뒤바뀌고, 성상이 변하고, 세월(歲月)이 흐른들, 호박이 수박으로 바뀌지는 않느니라!” 한다.
연작이 연이어 묻되
“목욕탕에 불이나 수십 명이 죽고, 병원에 불이 나 또다시 수십 명이 죽으니, 어떤 조동아리가 이것은 정치적 책임의 대상이 아니라 행정적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데, 그러면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 가던 어린 학생들이 수백 명 죽은 교육행정적인 책임은, 관할 교육감에게 있는 줄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도, 그 자는 지금 나라의 교육수장에 올라있는 것은 무슨 조화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자고로 반역(叛逆)과 찬역(簒逆)의 논공행상(論功行賞)은 공을 세운 경중(輕重)에 따라 정해지느니라!” 한다.
연작이 또다시 묻되
“들리는 소문에는 사람답게 사는 나라를 만든다고 하는데, 1년 전보다 쌀 한가마니 값이 슬그머니 5만원이나 오르고, 곳곳마다 물값은 10% 이상이 오르고, 하수도값은 20% 이상이 소리소문 없이 오르고, 노인네들 병원비는 300%나 오르며, 물가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는데도, 골목 강아지 한 마리조차 짖지 않고, 그렇게 연일 사납게 물고 뜯고 씹고 할퀴던 입들이,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이렇게 조용한 것은 무슨 연유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창언정론(昌言正論)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하나, 시절이 수상(殊常)하니 주구(走狗)만 있고 언론이 없는 탓이니라! 앞으로는 쥐꼬리 같은 생색을 내고, 뒤로는 고혈(膏血)을 쥐어짜면서 국고(國庫)를 거덜 내는 것이 어느 때의 수법과 다르지 않으니, 어찌 장차 올라갈 바위가 부엉이 바위밖에 없다하겠느냐!? 곳곳에 흉사(凶事)이나 스스로 알지 못할 뿐, 조짐(兆朕)은 공연히 일어나지 않느니라!” 한다.
연작이 고사(古事)를 들어 묻되
“지난날 원오극근(圓悟克勤)선사가 ‘훈풍(薰風)이 자남래(自南來)하니 전각(殿閣)에 기운이 서늘하구나!’ 하는 옛 법문을 들어 보이자, 법자(法子)인 대혜종고(大慧宗杲)스님이 언하(言下)에 몽중일여(夢中一如)에 들어, 의심을 놓치는 낭패를 당하고도 알아차리지 못하여, 노사(老師)를 크게 근심케 하였다 하니, 선가(禪家)의 일은 그렇다 하더라도, 선후시말(先後始末)이 분명한 유문(有門)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한다는데, 그러면 동한대풍(東韓大風)은 어디에서 발원(發源)하였습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속이 농(膿)한 수박에 빨대를 꽂은 구주(歐洲)의 섬나라 오랑캐의 농간(弄奸)으로 고토(古土)를 회복할 기회를 놓쳤으니, 그 과오를 빙자(憑藉)한 오랑캐의 간계(奸計)로 남쪽 바닷가에 버들을 심었으나, 장강(長江)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니, 비록 후박(厚朴)나무 가지에 버들잎이 늘어지고 문향(文香)이 천지를 진동(震動)하며, 탐랑(貪狼) 거문(巨門) 녹존(祿存) 문곡(文曲) 염정(廉貞) 무곡(武曲, 또는 武唱) 파군(破軍) 좌보(左輔) 우필(右弼)의 구성(九星)과 그 제하(諸下)들이 혼신(渾身)을 다하였으나, 항우장사(項羽壯士)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 유문의 시류(時流)이니라!” 한다.
자!
대설산(大雪山) 설한풍(雪寒風)이 매화춘정(梅花春情)을 기별(寄別)하니, 옥중화(獄中花)의 고절지향(高節之香)이 만세에 이어지도다! 궁구하라!!
<작성 - 2018년 1월 29일(음력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