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사(一大事)>
연작이 묻되
“옛 큰 스승은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으로 세상에 오시었다 하는데, 공연(空然)히 홀기무명(忽起無明)하여 부처와 중생으로 나뉘었으니, 그 일이 일대사(一大事) 중의 일대사요, 그 인연이 비할 바 없는 큰 인연인 본래 인연이라, 그 일은 당연히 그렇다하더라도, 무엇이 눈앞의 큰일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광음(光陰)은 칠통(漆桶) 속을 흐르고, 시세(時世)는 흉풍(凶風)이 비량목전(鼻粱目前)인데도, 눈멀고 귀먹은 채 물속에 앉아, 눈앞의 큰일을 큰일인 줄 모르는 것이 가장 큰일이니라!” 한다.
연작이 연이어 묻되
“난쟁이 연장 자루에도 못 미치는 치수는 고사(姑捨)하고, 혓바닥무게의 가벼움이 가늠조차 되지 않는 조동아리 하나가, 주인도 없는 남의 잔치를 두고 나불대기를, 객이 와서 주인노릇하며 재미를 좀 보더라도, 뒷 덕은 우리가 보면 되지 않겠느냐며, 마치 주인행세를 하는데, 이 물건이 도대체 무슨 뒷배가 있나이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바지가 삼색(三色)의 색동바지이니, 물주의 믿음이 어디에 미치겠느냐? 그림자를 보면 짐작되는 것이 있으니, 어느 것이 큰 물주이고 작은 물주이며, 어느 것이 바지이고 어느 것이 주구(走狗)이며, 어느 것이 허세(虛勢)뿐인 총알받이인 줄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일이 아니더냐?” 한다.
연작이 다시 묻되
“지지발처(之之發處) 행행본처(行行本處)도 아득하여 미치지 못하거니와, 어찌하여 선후(先後)와 시말(始末)을 떠난 것을 오히려 궁극(窮極)이라 하나이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선후시말을 두고 궁극을 논하는 것은 유문(有門)의 일이니, 시정잡배(市井雜輩)들의 점심내기 사다리타기도 끝내는 똘똘말이로 하나가 덮어쓰고, 덮어쓴 하나는 외상을 지우니, 끝내 외상값 떼인 밥집주인의 공덕(功德)이 만세에 빛나느니라! 후세(後世)에 길이 시비(是非)될 대사(大事)에 어찌 덤터기가 없겠느냐!?” 한다.
연작이 눈앞 시세(市勢)의 요상함을 들어 묻되
“남녀가 평등(平等)하고 일체대대(一切對對)가 균등지위(均等地位)를 덕목(德目)으로 삼는 시절에, 성추행범을 잡아서 처벌해야 할 검사(檢事)가, 스스로를 성추행하는 성추행범을 즉석에서 체포하지 않고, 뒤늦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소연하는 연유가 무엇이오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남자검사가 만지면, 여자검사는 오히려 더듬고 주무르면 될 일이지만, 평등과 균등은 지켜야 할 자리가 막중(莫重)하고, 자주 회자(膾炙)되는 여성상위(女性上位)와 여성우위(女性優位)는 책임질 일이 달라서 부담이 되니, 다만 편리에 따라서 쓰느니라!” 한다.
연작이 의심되는 바가 있어 연이어 묻되
“태극기를 휘날리며 나라의 기상(氣像)을 드높이고, 적기(敵旗)를 불태우는 공로(功勞)는 적지 않은데, 오히려 법령위반(法令違反) 운운(云云)하는 것은 무슨 일이오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엄연(奄然)한 주적(主敵)을 손님으로 삼는 데는, 똥찜이 달아오르는 말 못할 내막이 있고, 남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그만한 밀약(密約)이 있는 까닭이니라!” 한다.
연작이 또 다시 묻되
“본시 나아감과 지킴은 한 기틀에서 나온다는데, 무엇이 진보(進步)이고 무엇이 보수(保守)입니까?” 하니
홍곡이 가만히 탄식(歎息)하고 이르되
“옛 과오(過誤)가 있어 시대를 나누고 시절을 달리하니 이 또한 부득이(不得已)한 일이라, 꼬리 긴 여우가 시대의 어둠과 광기(狂氣)에 편승(便乘)하여, 오색금의(五色錦衣)와 칠보(七寶)로 단장(丹粧)하고, 세상을 속여 이득을 취하는 것을 진보라 하고, 털이 붉은 늑대가 사자의 탈을 쓰고, 시절의 어리석음과 두려움을 이용하여 하늘과 땅을 기만(欺瞞)하고, 이득을 취하는 것을 보수라 하느니라!” 한다.
연작이 닿는 바가 있어 다시 묻되
“그러면 또한 좌파(左派)라는 것은 무엇이고, 우파(右派)라는 것은 무엇이오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대가리에 든 알량한 것을 밑천으로 삼아, 기만(欺瞞)하고 사기(詐欺)치는 것을 업(業)으로 삼아 이득을 취하는 자들을 우파라 하고, 대가리가 텅텅 비어 알량한 밑천조차 없으니, 서푼어치도 안 되는 계교를 밑천으로 하여,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덕목(德目)으로 삼아, 생떼를 쓰고 억지 부리는 것을 업으로 삼아서 이득을 취하는 자들을 좌파라 하느니라!” 한다.
연작이 연이어 묻되
“물에 빠진 자를 구해놓으면 내 보따리를 내어 놓으라한다는 옛말이 있는데, 때때로 시절이 시대의 정로(正路)를 침범(侵犯)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허물이 있어 음양(陰陽)이 있으니, 천지(天地)와 성간(星間)의 기운이 어긋나 큰물이 오래 범람(氾濫)하면, 오얏나무가 뿌리가 썩고 잎이 마르며, 크게 고초(苦楚)를 겪느니라! 비록 아비들이 하늘을 두고 불천지맹(不遷之盟)을 다짐했다 하나, 사악(邪惡)한 호노(胡奴)자식이 아비의 이름에 똥칠을 해대는 것도 또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니, 그 누구를 탓하겠느냐!?” 한다.
연작이 옛일을 들어 다시 묻되
“향항(香港)으로 간 사자새끼는 유골(遺骨)만 남았는데, 나성(羅城)으로 간 승냥이새끼가 어찌 사자탈을 쓰고 돌아왔습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여우는 제 꾀에 당하고, 사자는 제 힘을 믿다 당하는 것이, 늘 큰일의 바탕을 이루어 왔느니라!” 한다.
자!
바로 보면 그대로인데, 공연히 뒤바뀌고 뒤바뀌니 어느 것이 눈앞인가!? 궁구하고 궁구해보라!!
<작성 - 2018년 2월 5일(음력 12월 20일)>